성추행으로 짤렸는데 퇴직금 전액 지급한 공공기관, 어디길래?
대한체육회 퇴직금 지급 논란
4천억 투입 기타 공공기관
“일부 규정 최근 개선 했다”
최근 대한체육회가 기업들과 마케팅, 제품 공급 등의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독점공급권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성추행이나 뇌물 수수 혐의로 해임된 직원에게도 퇴직금 전액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서 충격이다. 이런 사실은 MBN의 단독보도를 통해 전해졌으며, 대한체육회는 연간 4,000억 원이 넘는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기타 공공기관으로 확인됐다.
MBN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대한체육회 간부 A 씨가 부하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년이 지난 2020년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돼 A 씨는 해임됐다. 다만, 퇴직금은 한 푼도 깎이지 않고 1억 3,000여만 원에 해당하는 전액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또한, 또 다른 직원인 B 씨 역시 계약업체로부터 1,400여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혐의로 해임됐는데 퇴직금은 고스란히 챙겨간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대한체육회에서 10년간 비위 행위로 징계받은 직원은 모두 30명 수준이었다. 이중 절반을 훨씬 넘는 23명에게 퇴직금 전액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나머지 7명이 현재 재직 중인 걸 감안하면 비위 징계자 전원이 퇴직금 전액을 받고 퇴직한 셈으로 판단된다. 비위 행위가 적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퇴직금 전액을 받을 수 있던 것은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초 비위 행위가 적발되면 퇴직금 중간 정산이 제한된다는 규정은 있지만 징계 기간만 아니면 전혀 문제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공무원의 경우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날 경우 최대 50%까지 퇴직금이 감액되지만, 공기업은 내부 규정으로 돼 있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리 행위자에 대한 퇴직수당 지급을 금지하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도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적용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다른 기관과 마찬가지로 이런 비위 직원에 대한 규정이 엄하게 정리가 돼서 불공정하게 지급되는 퇴직금이나 퇴직 정산이 없어야 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퇴직금 전액 지급 논란이 불거지자, 대한체육회 측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하고 있다면서도 징계 기간 수당 미지급 등 일부 규정은 최근 개선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같은날 대한체육회가 기업들과 마케팅, 제품 공급 등의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독점공급권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2019년부터 160여 건, 총 300억 원대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대한체육회는 통상적으로, 후원사로부터 연 2,000만 원부터 10억 원 이상을 지급받고 마케팅, 광고권 등 독점후원권을 제공하고 있는데, 수의계약을 맺고 후원사들로부터 물품을 독점적으로 구매해 준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정연욱 의원실에 따르면 한진관광은 도쿄올림픽 급식 지원센터 용역 등 모두 64건에 82억 원 상당의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따냈고, 노스페이스의 영원아웃도어는 후원 계약과 별도로 66건의 108억 원대 물품 계약 건을 수의계약으로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연욱 의원은 “체육회는 후원사 물품을 독점적으로 구매했고 후원사들은 300억 원의 독점 매출을 올렸다”고 지적에 나섰다. 지적이 이어지자,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기재부와 문체부로부터 후원사 물품을, 수의계약을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계약모법인 ‘국가계약법’에서 후원사 독점공급권에 대한 특례 적용은 어렵다고 했지만, 특수성을 고려 문체부와 협의하라는 권고를 받았고, 문체부와 협의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기재부가 수의계약과 관련한 어떠한 회신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에 나서고, 문체부 역시 “체육회 수의계약의 근거가 된 자체 계약 규정 제8조 7은 상위 규정 위반”이라며 “2021년 승인된 독점공급권은 법령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대한체육회의 주장은 거짓 해명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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