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답답해요”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받는다는 통제 수준
가사관리사 통금 10시
지난 15일 2명 무단이탈
고용부 “법 저촉되는지 검토”
지난 8월 시범 사업으로 한국에 들어온 필리핀 가사도우미(가사관리사)들이 공동숙소에서 통금을 비롯해 직원들의 점호까지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인이 받기에는 과도하며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노동 당국은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6일 서울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열린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 관계자 간담회’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엄격한 통금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우리는 성인인데 시간을 관리하는 자유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업무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오면 9시쯤 되는데, 통금(오후 10시)이 있어 바깥 활동이나 해야 할 일들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했다. 오후 늦게 업무가 끝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퇴근 이후 개인 활동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해당 간담회는 앞서 최근 한국에 입국한 가사관리사 100명 가운데 2명이 숙소를 무단이탈한 뒤 연락이 끊긴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들의 고충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지난 15일, 일을 시작한 지 2주도 안 돼서 필리핀 가사관리사 두 명이 돌연 짐을 챙겨 사라졌다.
당시 해당 소식에 업계에서는 임금 불만으로 인한 무단이탈로 추측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은 근무하고 다음 달 월급을 받는 구조로, 이달에는 교육비에서 숙소 비용 등을 제하고 95만 원 정도만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일주일에 40시간 근무에 월급 206만 원을 받는 계약에도 불만을 품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한 필리핀 유모 고용인은 “필리핀 불법 체류자(보모·가사관리사)들이 평균적으로 한 달에 250만 원을 받는다”라며 “(시범 사업 관리사들이) 불법 체류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10만 원, 20만 원 그리고 50만 원 더 받으려고 다른 데 가서 일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숙소를 무단이탈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두 명은 한 달 동안 돌아오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된다. 이에 서울시는 남은 인력 단속에 나섰는데, 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업체 관계자는 “실제 숙소에 들어와서 잠을 자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안 가는 시간을 10시로 정한 것이다”라며 “기숙사 운영에서 기본적 원칙은 자율적으로 정리해서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 이에 서울시도 “실제 통금 시간을 넘어서 숙소에 온다고 해도 불이익은 없다”라며 “최소한의 규칙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증언과 고용노동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무단이탈이 발생한 이후 최근 숙소 직원들이 통금 시간인 10시에 가사관리사들의 방을 확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자율적인 통금이 아닌, 점호까지 실시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 한 관계자는 “숙소 직원들이 이탈에 대한 책임감으로 10시에 가사관리사들이 방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용부 관계자는 “규정이나 근로기준법에 저촉되는 사안인지 검토해 보겠다”라며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사관리사를 관리할 방안을 찾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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