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인 줄만 알았는데…연매출 2조 벌어들인 역대급 한국형 마트

서원유통 운영 탑 마트
영남 지역 대표슈퍼 브랜드
연 매출 2조 원으로 성장

지난 2019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새로운 형태의 유통업체인 ‘식자재마트’가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최근 동네 마트의 위상이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동네 마트의 경우 규모별로, 운영사별로 상품 구성이나 매출이 천차만별이다. 이중 특히 영남권을 중심으로 동네마다 대형 점포를 열어 연 2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곳이 있다. 이는 서원유통이 운영하는 ‘탑 마트’다.

지난 1981년 부산진점, 아미점, 대청점 세 군데 직영점을 오픈한 탑 마트는 영남 지역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마트 브랜드로 알려졌다. 당초 소박한 외관과 농산물을 전면에 내어놓는 판매 방식 때문에 지역의 소규모 업자가 운영하는 마트인 줄 아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탑 마트를 소유한 것은 ‘서원유통’이라는 중견기업으로 확인됐다.

탑 마트는 부산과 울산, 대구, 경상남도, 경상북도 각 지역에 총 77개의 점포를 낸 이후 지난 2010년 매출 1조 원을, 2015년 1조 4,900억 원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대형 유통 업체 반열에 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연 매출 2조 원을 기록하는 유통그룹으로 성장했다.

또한, 영남권의 또 다른 대형마트 ‘메가마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메가마트를 뛰어넘는 영남권 대표 동네 마트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에는 탑 마트 제휴카드인 탑 모아 체크카드가 따로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같이 연 매출 1조 원을 한참 넘긴 탑 마트가 ‘동네 슈퍼’로 인식된 데에는 창업주 이원길 회장의 전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원길 회장은 자본이 많지 않고 지점 수, 판로에서 다른 대형 유통 체인에 밀릴 수밖에 없었던 설립 초기, 경쟁업체가 몰려 있는 상권이 아닌 일반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지점 수를 늘려나가는 전략을 택했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동네 슈퍼보다는 크고 물건이 많지만, 중심지의 대형 슈퍼에 비하면 작고 소박했던 탑 마트는 1년 후 10호점, 2년 후 20호점을 오픈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탑 마트는 설립 3년 만인 1984년 매출액 100억 원을 넘기며 유통업계에 떠오르는 신생 기업으로 부각 받았다. 탑 마트가 영남권에서 영향력을 늘려나갈 수 있던 것은 상품 구성 차별화도 영향을 끼쳤다.

업계에 따르면 탑 마트는 화려하고 이국적인 식자재까지 비치하는 대신, 동네 주민들이 자주 구입하는 상품군에 집중하며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서원유통은 김해, 밀양 등지의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어 당일 배송한 채소와 과일을 매대에 내놨고, 대형 선단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를 통해 신선한 생선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원유통이 ‘신선식품은 당일 배송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김해에 대규모 물류센터까지 세우며 영남권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이어 대부분의 대형 마트들이 금요일부터 토요일, 일요일까지 주말 판매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탑 마트는 수요일과 목요일에 ‘수목 돌풍’이라는 할인 행사를 실시하며 주목받았다.

이는 시내에 있는 경쟁 마트들은 주말에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주택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탑 마트는 평일에도 얼마든지 편하게 들를 수 있다는 점을 노린 날카로운 전략이다. 또한, 수목 돌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막 퍼준데이’를 시행하며 소비자의 심리를 사로잡았다. 막 퍼준데이란 매장 내 전 상품을 수목 돌풍보다 최대 20% 더 저렴한 가격으로 5일간 판매하는 이벤트 행사다.

이어 탑 마트에 입사하는 주부 사원들이 제공받는 복지 수준이 알려지자,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탑 마트 이원길 회장의 경영 방식이 주목되기도 했다. 탑 마트는 주부 사원의 정직원 채용을 통해 외부 용역 주부 판매사원들의 끈기와 전문성을 높이 산 서원 유통은 정직원 전환, 학자금 지원, 급여 인상 등을 제공하며 이들이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에 동네 주민들과 친분이 있고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 주부 사원들은 탑 마트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활기차게 바꿔 주는 등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했다. 그러나 매출액이 1조 원을 넘어서면서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등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는 등 난항을 겪기도 했다. 다만, 현재 탑 마트는 중견기업으로 분류되어 있다.

한편, 탑 마트는 지난 5월 부산·경남·대구·포항 등 영남권 신선식품 유통업체 탑 마트를 운영하는 ㈜서원유통이 부산 강서구 명지지구에 출점 채비를 갖추고 부지 물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 6월 부산 강서구 명지지구의 부지를 찾고 있으며 출점을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서원유통은 영남권에 탑 마트 직영점 75곳과 1,000여 개의 가맹점을 보유하며 연 매출 2조 원을 기록하는 유통그룹으로 성장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등 ‘책임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지난 2019년 탑 마트가 납품업자에 불법적인 반품을 일삼고 부당한 돈을 받은 것이 적발돼 6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게 되는 등 이른바 ‘갑질’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탑 마트를 운영하는 서원유통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억 3,5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부당 갑질 의혹이 사실임을 공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서원유통은 2017년 5월부터 2018년 5월까지 CJ제일제당, 오리온 등 30개 납품업자가 납품한 약 47억 원 규모의 직매입 상품을 부당하게 반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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