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 “박찬욱 덕분에 외모 굴레에서 해방, 영화는 예쁜 사람들만 하는 줄”(‘유퀴즈’)[종합]
[TV리포트=이혜미 기자] 배우 라미란이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함께한 박찬욱 감독의 조언으로 외모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관련 사연을 소개했다.
2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선 라미란이 게스트로 출연해 30년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데뷔 30년차 배우로 연극, 뮤지컬, 독립영화 등을 오가며 긴 무명 시절을 보낸 라미란은 “임신 후 일을 못하고 남편 일도 잘 안 돼서 수입이 아예 없었다. 그때 양재동 벼룩시장이라는 걸 알게 된 거다. 당시엔 생활비도 없어서 집에 있는 것들을 가져다 팔았다”면서 과거 생활고를 고백했다.
이어 “벼룩시장은 주말에만 운영을 해서 숭실대나 홍대 놀이터 앞에 돗자리를 펴놓고 있기도 했다. 배불뚝이 아줌마가 눈이 내리는 곳에서 그러고 있으니 앞에 가게 아저씨가 목도리를 하나 사주기도 했다”며 “그게 처량 맞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난 재밌었다. 물건 팔아서 2, 3만 원이 생기면 그걸로 반찬을 해먹곤 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출산 직후였던 지난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 오디션에 합격하며 상업영화로 데뷔한데 대해선 “당시 수유 중이라 아이를 안고 오디션 장에 가는데 가슴이 너무 두근거리더라. 첫 오디션에 박찬욱 감독님 영화였다”라며 벅찬 소감을 나타냈다.
라미란은 또 “당시 내가 맡은 역할은 간통으로 교도소에 들어온 인물이었다. 난 영화나 드라마는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난 지극히 평범하고 나이 들어 보인다는 얘기까지 들었던 터라 감독님에게 ‘내가 간통할 비주얼은 아니지 않나?’라고 물었는데 감독님인 ‘그런 사람들만 간통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라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그 말씀을 듣고 오히려 내가 선을 두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다음 연기를 할 때 어떤 역할이든 못할 게 뭐가 있나 생각하게 됐다”라는 것이 라미란의 설명.
그러나 ‘친절한 금자씨’ 이후로도 10년의 무명 시절을 보낸 라미란은 ‘응답하라 1988’에 이르러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 중 ‘응답하라 1988’에 캐스팅 됐다는 라미란은 “10년에 한 번 행운이 오나 싶을 정도로 내게 힘을 준 작품이다. 나도 얼마 전 들은 건데 신원호PD님이 ‘진짜 사나이’를 보고 나를 캐스팅했다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이후 ‘정직한 후보’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시상식에 갈 때만 해도 ‘주겠어?’ 싶었다. 코미디 영화가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대박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이름이 호명되니 뭐라고 말을 못하겠는 거다”라고 털어놨다.
아울러 “40대에 주인공이 되니 후배들이 ‘언니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란 얘기를 하더라. 처음엔 책임감이 생기고 부담스러웠는데 이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과 비교하지 말라. 나는 나다. 내가 하고자 하는 길을 그냥 묵묵히 가는 것”이라며 연기 소신을 전했다.
이혜미 기자 gpai@tvreport.co.kr / 사진 =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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