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신의 직장’ 맞나요?” 한국 공기업 성과급의 민낯
공기업 성과급의 진실
기재부 경영평가 따라 지급
대법원 “통상임금으로 봐야”
공기업은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연봉은 물론 대기업이 더 높지만, 안정적인 정년 보장과 사기업에 비해 업무 스트레스가 적어 많이 선호하는 직장이다. 이들도 기업이기 때문에 성과급이 존재하는데, 최근 성과급의 ‘진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공기업 성과급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엔 대화 형식으로 기획재정부와 공기업의 입장이 나와 있었다. 기재부가 “연봉 20%를 반납하면 성과급으로 주겠다”고 말하자 공기업 측은 당황한다.
기업 경영평가 D를 받았으니, 성과급을 안 준다고 하자 이는 원래 연봉보다 줄어들게 된다. 경영평가 B등급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으나 이걸 합하면 기존 연봉이다. A등급을 받아 성과급을 많이 준다면 연봉보다 5% 늘어난 정도다.
해당 글 작성자는 “언론이 이를 ‘공기업 성과급’ 파티라 보도하고 국민들은 분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가 공공기관 노동 이사협의회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성과급은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2018년 대법원은 경영평가성과급이 계속·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 대상, 지급 조건 등이 확정돼 임금의 성질을 갖는다고 보고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결정했다. 즉 공공기관의 성과급은 통상임금이라는 것이다.
협의회 측은 “경영평가에 따른 공기업의 성과급은 명백한 통상임금”이라 강조했다. 그러면서 “때론 정부와 언론이 성과급을 두고 ‘정치 장사’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종종 언론에는 경영평가 자료를 조작해 성과급을 받아 간 공공기관 보도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한국도로공사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600억 원을 다른 데로 돌려쓴 것이 확인됐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도로공사가 인건비 예산에서 지출해야 했을 직원 인건비 일부를 보상비·시설 부대비 예산으로 지출했는데, 이는 경영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소속 임직원들이 더 많은 성과급을 받게 하려는 의도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선 ‘청구 오류 사전점검 서비스’ 실적을 조작한 정황이 발각되어 관련자 10명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실적을 높이기 위해 실제 병의원을 방문해 숫자를 조작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총선 이후 제21대 국회가 만료되면 자동으로 폐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정안은 공공기관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과도한 지배력을 축소해 자율성과 국민 편익의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어 폐기 시 경영평가 의존성이 지금과 같이 답습되리란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준시장형 공기업인 에스알(SR)이 음주 운전 징계자에게도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으로 드러나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지난 2일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R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 운전으로 정직 3개월 및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은 직원 2명에게 2,500만 원 상당의 성과급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SR은 올해도 음주 운전으로 정직 3개월과 견책 처분을 받은 직원 3명에게 2,000만 원 상당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SR의 내부규정(보수 규칙 시행세칙 22조)에 따르면 음주 운전 등 중대 비위로 중징계를 받은 임직원은 경영평가 성과급을 받을 수 없게 돼 있으나 이를 SR 측이 무시하고 지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 SR 관계자는 “중대 비위 사유를 충족하는 동시에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받아야 경영평가 성과급 대상자에서 제외된다”고 성과급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징계 사유에 상관없이 처분 결과가 파면, 해임, 정직, 감봉 등 중징계에 해당하면 성과급을 주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어 중징계가 아니더라도 금품·향응 수수, 성 비위, 음주 운전에 해당해도 성과급을 줘선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