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장님 오신 날은 10만 원 뺏깁니다…” 신입 공무원의 속사정
공직사회 ‘모시는 날’ 관행
하급 공무원이 식사 대접
공무원 69.2%가 ‘부정적’
공직사회에서 내려오는 관행인 ‘모시는 날’로 인해 공무원 다수가 속앓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시는 날’은 하급 공무원들이 사비를 걷어 국·과장들에게 점심이나 저녁 등의 식사를 대접하는 관행이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공직사회의 ’모시는 날‘ 관행에 대한 공무원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지방공무원 1만 2,526명 가운데 9,479명(75.7%)이 ‘모시는 날’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5,514명은 최근 1년 이내 모시는 날을 직접 경험했거나,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체 응답자의 44%에 해당하는 수치다.
더하여 ‘모시는 날’은 주로 저녁보다 점심에 행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모시는 날’은 점심 식사가 57.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저녁 식사 7.2%, 술자리 10.4%가 뒤를 이었다. 식사뿐만 아니라 술자리에서도 ‘모시는 날’이 행해졌다.
또한 ‘모시는’ 대상은 대부분 소속 부서의 국장과 과장으로 나타났다. 더하여 둘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한다는 비중 역시 절반에 가까운 44.9%로 나타났다. 이어 ‘모시는’ 대상으로 과장 35.5%, 국장 17.0%로 집계됐다.
식사 비용 부담 방식으로는 소속 팀별로 사비를 걷어 운영하는 ‘팀 비’에서 지출한다는 응답이 전체 절반을 넘는 55.6%로 집계됐다. 이어 사비로 당일 비용을 각출하거나, 미리 돈을 걷어놓는다는 응답이 21.5%로 나타났다. 이어 근무 기관 재정을 편법 및 불법으로 사용한다는 답변도 4.1%였다.
더하여 국·과장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다만, 이들은 주로 업무추진비(31.1%)를 이용했다고 전해졌다.
그렇다면 공직사회에서 ‘모시는 날’에 대한 인식은 어떠할까. 조사에 따르면 지방공무원 69.2%는 ‘모시는 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모시는 날’이 필요한지를 묻는 말에 ‘전혀 필요하지 않다’가 43.1%, ‘별로 필요하지 않다’가 25.8%로 대부분이 해당 관행의 필요성을 낮게 평가했다. 이들의 84%는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관행’을 이유로 들며 ‘모시는 날’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더하여 이에 대한 신입 공무원의 피로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한 공무원은 “9급 3호봉인데 매달 10만 원씩 내는 게 부담스럽다”라고 했다. 이어 하급 공무원 사이에서는 급여가 높은 국·과장의 식비를 청년들 돈으로 충당하는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와 비슷하게 해당 설문조사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기술하라’는 질문에 “제발 없애달라”는 호소가 담긴 의견이 수백 건 제출되었다. 해당 질문은 선택형 답변 항목이었으며, 응답자는 2,085명이었다.
이에 대해 위성곤 의원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보건소, 경찰청에서도 비일비재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젊고 유능한 공직자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가장 큰 문제이며, 현장 실태를 모르는 중앙부처 담당자들은 수박 겉핥기식의 탁상행정으로 방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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