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한강’이 줄 적자에도 ‘동네 책방’ 운영하는 진짜 이유
한강 서점 ‘책방 오늘’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는다”
도서관 폐관·정부 예산 삭감
지난 10일 한강 작가가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밝혀진 이후 한강이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의 독립 서점 ‘책방 오늘’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다만, 지난 12일 책방 오늘은 SNS 등을 통해 ‘당분간 쉬어간다. 재 영업일은 추후 공지하겠다’고 글을 남기며 잠정적 영업 중단을 선언했다.
특히 이는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책방을 운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독립 서점에 인파가 몰린 것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책방 오늘의 잠정적 영업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수십 명의 시민들은 저마다 서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문이 닫힌 서점 안을 창문으로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문을 닫은 서점 외벽에는 ‘아프고 서러운 시절을 지나온 이에게 위로이며 희망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 항상 마음 건강하시라’ 등과 같은 응원의 말이 적혀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많은 시민이 찾고 있는 책방 오늘은 한강 작가가 대표로 있는 독립 서점으로, 한강 작가는 직접 진열할 책을 고르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이 책방에 깊은 애정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책방 오늘의 경우 대형서점이 아닌 독립 서점으로 확인됐으며 이에 따라 만성적인 큰 폭의 적자를 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도 한강 작가는 독립 서점을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어떤 대가도 없이 우리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잘 보이도록 매대와 서가에 진열해 두면,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얼른 선택하기 어려웠던 그 책들을 손님이 만나게 된다. 그 반가운 순간들이 서점을 운영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동네 서점이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는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즉, 동네 서점이 줄 수 있는 책과 사람 사이의 연결 지점을 굳게 믿는 것이다. 한강 작가는 책방 오늘을 지난 2018년 9월 서초구 양재동에서 문을 열었고 지난해 7월 지금의 자리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출판업계에 따르면 한강 작가는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없는,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좋은 책을 발굴하는 데 큰 열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지난 2016년 한강 작가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독립 서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독립 서점에 두고 있는 의미는 매우 귀중한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 한강 작가는 글쓰기를 포기해야 하면 생계를 위해 어떤 일을 하겠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만약 그렇게 된다면 서울 외곽에 작은 독립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출판업계는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이는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출판사들의 증쇄 요청이 쇄도하자 인쇄·제본 업체들이 쉴 틈 없이 기계를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부분의 직원은 주말 휴무를 반납하고 인쇄 작업에 몰두하는, 향후 한강 작가의 도서 판매가 100만 부를 돌파할 것이란 추측 역시 제기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출판업계 및 도서 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14일 국회 및 재정 당국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도서 제작 세제 혜택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로 발의하면서 도서 제작 세제지원이 본격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정안은 중소기업이 출판물을 제작하는 경우는 15%, 중견기업은 10%, 대기업은 5%의 기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출판물이 입시, 교육용 교재가 아닌 문학이나 인문학 등 서적인 경우 10%에서 15%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기본공제와 합하면 문학 서적 등 제작에 최대 30%의 세제지원이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개정안은 앞서 정부가 출판 분야에 기득권적 방만 경영이 심각하다며 출판·독서 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에 이은 행보로 보인다. 정부의 결단에 따라 13억 원 규모의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과 5인 이하 중소 출판사들과 작가를 지원하는 7억 원 규모 ‘중소 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지원’ 사업이 올해부터 중단되기도 했다.
여기에 국민 독서 문화 확산을 위한 예산 59억 8,500만 원도 전액 삭감된 바 있다. 이어 각 지자체에서 관내 ‘작은 도서관’의 보조금을 중단한 데 이어, 폐관 위기를 맞는 등 관련 예산이 삭감되어 왔다.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올해 국민 독서 문화 증진 지원사업 예산 60억 원을 전액 삭감하는 등 출판·도서 관련 예산 105억 원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당시 출판업계가 반발하고 언론도 비판했지만, 정부는 듣는 시늉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전국민적인 귀감이 된 만큼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 등을 앞둔 국회에서도 관련 내용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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