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큰롤 시대 원로들의 사이키델릭 – 실시간 베스트 갤러리
1. Chuck Berry – Concerto In B Goode
척 베리는 빌 헤일리와 더불어서 로큰롤의 정체성을 확립한 원로 중의 원로 락스타지.
60년대 말의 사이키델릭 유행은 그 척 베리마저 사이키델릭을 하도록 만들었음.
의외로 앨범의 음악성은 사이키델릭 전체로 봤을 때 굉장히 특이한 편임. 척 베리식 로큰롤을 기반으로 음향이나 연주는 약 빤 것처럼 비틀어놨음. 척 베리의 기존 스타일이 겹쳐 들리는 탓에 뭐가 특이한 거지 싶을 수 있겠지만, 한 번 다른 사이키델릭 밴드가 이런 걸 냈다고 생각해보셈. 그럼 굉장히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음? 그렇다는 거임.
그런 성향 덕분에 뭔가 사이키델릭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로커빌리적이라는 감상도 불러일으킴. 이 점이 독특한 지점이지.
난 그런 의미에서 앨범으로서는 척 베리가 발매한 것 중에 고평가 할만 한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함. 사실 이 앨범에서의 시도를 기본으로 70년대에 훵크도 한 것이고. 훵크 앨범도 들어보면 이 앨범에서 선보인 기타 톤이나 공간 음향 등이 바탕임.
그의 앨범 중에서는 훵크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San Francisco Dues와 함께 가장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음.
물론 90년대 이후로 기타 톤을 더 헤비하게 바꾼 것도 변화긴 하지만 완성도는 저 둘이 더 뛰어나지.
2. Bo Diddley – The Black Gladiator
고전 락스타이자 훵크의 조상으로 불리는 보 디들리의 사이키델릭 앨범.
고전 락스타 중에는 거의 가장 블루스와 거리가 가까운 탓에 블루지한 헤비 사이키델릭 느낌이 강함. 그는 전에 머디 워터스, 리틀 왈터와 함께 블루스 앨범을 낸 적이 있음. 이것도 그 음반과 비슷한 측면이 있음.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긴 한데 그들에 대해서도 잠시 설명함. 머디 워터스는 일렉트릭 블루스에, 리틀 왈터는 시카고 블루스 및 초창기 소울에 굉장히 큰 영향을 준 위대한 음악가들임. 여담으로 방금 언급한 머디 워터스도 사이키델릭 앨범을 낸 적이 있음. 다만 글 주제랑 안 맞아서 여기서는 소개하지 않음.
다시 앨범으로 돌아가서, 난 첫 곡인 Elephant Man부터 인상 깊었음. 확실히 리프부터 굉장한 걸 느끼고는 최초의 훵크라고 불리는 Bo Diddley를 쓴 사람이 맞구나 싶었다.
그리고 오르간 솔로가 굉장히 격정적이면서도 풍성했음. 일렉트릭 플래그가 커버한 버전의 Sunny가 생각났다.
기타 솔로 부분도 역시 인상적이었음. 솔로 자체보다도 훵키한 리듬 기타와 오르간의 컴핑이.
기본적으로 보 디들리가 고전 로큰롤 스타 중에도 음악적 센스가 가장 뛰어난 축에 드는 것 같음. 아무리 생각해도. 블루스 앨범 낸 것도 난 정말 좋게 들었어서 더 고평가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함. 애초에 셋 다 좋아하는 음악가들이었으니 그 앨범은 싫어하기가 더 힘들었겠지만.
앨범 전반에서 웬만한 젊은 (당시 기준. 지금은 그들도 노인이겠지.) 헤비 사이키델릭 밴드들보다 배는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줘서 충격적이었음.
이건 진정 헤비 사이키델릭 명반 순위에 올라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음.
가장 좋아하는 곡은 역시 첫번째 트랙임. 물론 다른 곡들도 훌륭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곡이 등장한다는 점이 큰 임팩트가 있었음.
3. Little Richard – The Rill Thing
또 다른 위대한 초창기 락스타인 리틀 리차드의 사이키델릭 앨범.
그 시절부터 가장 소울/알엔비 등과 가까운 성향을 지녔었는데 여기서도 그 진가를 볼 수 있음. 이 앨범도 굉장히 소울적인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음. 사이키델릭 락보다는 사이키델릭 소울에 가까움.
처음부터 확실히 느낄 수 있는데, 1번 트랙만 들어봐도 스택스 레이블풍의 딥 소울이 분명히 연상됨. 음향은 더 사이키델릭적이지만.
사실 노골적으로 사이키델릭 같은 사이키델릭 소울은 별로 없는 관계로, 이것도 귀중한 앨범 중 하나라고 생각함.
딥 소울이나 사이키델릭을 좋아하는데 아직 안 들어본 사람이 있다면 꼭 들어보길 바람.
듣다보니까 생각나는 게 있음. 오티스 레딩도 70년대까지 살아있었으면 이런 거 한 번은 했을 것 같은데 아쉽더라. 딱 평소에 하던 딥 소울에 음향만 헤비 사이키델릭적인 것으로 바꾼 건데.
그러나 리틀 리차드가 한 것도 좋았음. 로큰롤 할 시절부터 소울적이기도 했고 애초에 기독교도가 돼서 한참동안 가스펠 하다가 돌아온 거니까. 초창기 소울이랑 가스펠의 연관이 깊다는 걸 생각하면, 평생을 로큰롤과 가스펠에 헌신해온 리틀 리차드가 못할 이유는 없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은 Somebody Saw You임. 가장 소울적이면서도 동시에 사이키델릭 음향을 잘 살린 곡이라고 생각함. 요는 사이키델릭 소울의 정석에 가깝다는 거지.
사이키델릭 ‘소울’ 앨범인만큼 기타 이외에도 브라스 파트가 좋음. 이 부분도 세심히 들어볼만 하다.
리틀 리차드의 가창력은 말할 것도 없고. 기본적으로 딥 소울 같은 거친 창법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으니.
전반적으로 균형적인데다가 새로운 시도까지 있었으니 리틀 리차드 음반 중에는 가장 명반이라는 소리가 아깝지 않은 것이라고 봄. 물론 로큰롤 시대에도 명곡은 많았지만 아무래도 앨범보다는 싱글 시대였으니.
4. Del Shannon – The Further Adventures Of Charles Westover
Runaway로 유명한 그 델 섀넌이 맞음. 그의 대표적인 음악적 업적이라고 하면 굉장히 이른 시기에 락 음악에 멜로트론을 도입한 것. 델 섀넌이 도입한 이후로 심지어 비틀즈도 그들의 최고작 Strawberry Fields Forever에서 사용하였지.
이 앨범도 고전 로큰롤 중흥기에 매우 혁신적이었던 그의 데뷔 앨범처럼 특이한 점이 꽤 있음.
첫번째로는 Thinkin’ It Over의 기타 톤이 있음. 저런 연주는 80년대 드림 팝에서 자주 들리는 톤 같은데 60년대 음반에서 등장한 게 인상적이었음.
두번째는 Silver Birch라는 곡임. 인트로에서부터 상당히 환각적인 느낌이 강함. 사실 본문의 다른 앨범들은 그다지 그런 곡이 없는 데에 비해 이 앨범에서는 좀 있음. 개인적으로 이 곡이 베스트라고 생각함.
세번째는 I Think I Love You. 인트로의 불협화음도 인상 깊지만, 역시 가장 특이한 점은 시타르에 와 이펙트를 걸어서 변조한 거임. 이건 사실 Green Tambourine으로 유명한 레몬 파이퍼즈도 선보인 적 있음. 근데 여기서는 그보다도 이펙트가 더 노골적인 듯.
Conquer에서는 딱 레몬 파이퍼즈 같은 톤으로 등장하긴 함.
근데 사운드가 특이한 것도 많지만 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건 멜로디임. Runaway 시절의 수록곡부터 델 섀넌 본인이 작곡했는데 전반적으로 멜로디에 대한 센스가 발군이었음. 그건 이 음반에서도 동일함. 전반적으로 보컬이든 기악이든 훌륭한 멜로디를 지니고 있음. 앞서 말한 요소들에 주목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음반임.
여담으로 본인의 최고 히트곡인 Runaway도 리메이크 해서 싣어놨는데 솔직히 말하면 이건 원곡이 더 좋았음.
수록곡 중 Stand Up은 Runaway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곡이었음. 근데 사실 난 델 섀넌 곡 중에 Day Dreams를 가장 좋아함.
이것도 좋은 음반이긴 하지만 델 섀넌은 1집이 최고작이라고 생각함.
5. Ricky Nelson – Perspective
고전 로큰롤 시대부터 컨트리 성향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으며, 후기로 갈 수록 컨트리에 완전히 골몰하게 되는 그답게 피터 그루드젠 등보다 먼저 사이키델릭 컨트리를 보여줬을 것도 같지만 그렇지 않음.
전반적인 음악 성향은 위의 델 섀넌의 것과 비슷함. 다만 리키 넬슨 쪽이 좀 더 관현악 음향 중심의 편성을 지니고 있음.
얼마 전에 발매한 챔버 팝 곡 제작할 때 참고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듦. 이런 소리를 왜 하냐면 의외로 관현악 음향의 퀄리티는 굉장히 높기 때문임. 확실히 엘비스와 비견될 수 있을 정도로 인기 있었던 스타답게 사운드에 투자 많이 한 듯.
해리 닐슨의 Without Her을 커버한 것도 인상적이었음. 원곡자인 해리 닐슨도 알다시피 챔버 팝을 주로 구사했던 음악가임. 그래서 원곡도 상당히 화려한 편곡을 지녔음. 근데 리키 넬슨 버전은 그보다도 더 풍성해져서 좀 놀랐음. 월 오브 사운드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효과적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앨범인 듯.
이외에도 리치 헤븐스나 폴 사이먼 등 여러 음악가들의 커버곡들이 있음.
사이키델릭적인 감상은 랜디 뉴먼을 커버한 후반부에서 가장 잘 드러난 것 같음.
컨트리 성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리키 넬슨의 커리어에서는 이례적인 음반이기도 함.
다만 사운드의 질이 좋다는 것을 제외하면 큰 특색은 없다는 점과 커버곡 중심이라는 점이 아쉬운 듯.
그래도 사운드가 워낙 탄탄해서 한 번 들어볼 가치는 있음.
리키 넬슨이 1972년에 낸 파워 팝 앨범은 전곡이 자작곡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거보다 좋았음. 그러니까 사실 이쯤에서 보여줬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함. 그 점이 아쉽다.
물론 여기 적힌 음악가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적겠지. 다만 그들이 사이키델릭 앨범을 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올렸음.
출처: 포스트락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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