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소행?” 마을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 화재 사건의 진실 (‘서프라이즈’)
[TV리포트=양원모 기자] 세상에 ‘악마’는 없었다.
27일 오전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는 이탈리아 작은 마을을 뒤흔든 기이한 사건의 진실을 추적했다.
이탈리아 남서부 시칠리아섬의 인구 150명 촌락 ‘칸네토 디 카로니아’. 이 작은 마을이 2004년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건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잇따르면서다. 최초 피해자는 집 전체가 불에 타 버린 안토니노 페치노. 페치노는 “콘센트에 연결돼 있지 않았던 TV가 스스로 폭발했다”며 ‘자연 발화’ 가능성을 주장했다. 자연 발화는 발화 원인이 전혀 없음에도 저절로 불이 나는 현상이다.
현장을 살펴본 소방 당국도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한 상황.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는데, 페치노 사건 이후 마을 곳곳에서 원인 미상 화재가 발생해 한 달간 30명이 넘는 주민이 집을 잃게 된 것. 마을 시장은 인명 피해를 우려해 모든 주민을 옆 마을 호텔로 대피시킨 뒤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파견한 특별팀도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데 실패한다.
그러자 주민들 사이에선 과거 한 사건이 다시 입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바로 21년 전 주민들 집에 불을 지르고 다니다 체포된 유모 캐럴 컴튼의 사건이 묘하게 오버랩된 것. 당시 “캐럴이 악마에 씌워 불을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던 주민들은 이번 사건도 ‘악마의 소행’이라고 판단, 유명 신부를 모셔와 퇴마 의식을 치르게 된다.
공교롭게도 퇴마 의식 뒤 더이상의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고, 마을을 공포로 몰어넣었던 연쇄 화재는 그렇게 한 편의 소동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10년 뒤인 2014년. 첫 번째 화재 피해자였던 페치노의 집에서 다시 자연 발화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주민들 주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마을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다.
얼마 뒤 정부는 화재가 ‘사람의 소행’이었음을 확인하는데, 바로 최초 피해자인 안토니오 페치노와 아들 주세페가 불을 지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 영상에는 안토니오와 주세페가 사람들 눈을 피해 마을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목표물이 포착되면 불이 붙은 성냥을 집어던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연쇄 화재는 보험금을 노린 안토니오의 자작극이었다. 보험 설계사였던 안토니오는 화재 발생 시 거액의 돈을 받는 보험에 가입돼 있었는데, 의심을 피하기 위해 아들과 공모해 자신의 집은 물론 다른 주민들의 집까지 불을 지르고 다닌 것.
현지 법원은 안토니오에게 1년 6개월, 주세페에게 6년 형을 선고했고, 그제야 마을도 평화를 되찾았다고 한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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