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손녀 반대에도 28년 만에 회장직 부활시킨 회사…지금은?
유한양행 회장직 부활
손녀 유일링 이사 반대해
7개월째 공석으로 알려져
올해 2월 창업자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유한양행이 28년 만에 회장·부회장 직제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당시 유일한 박사 손녀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가 반대했지만 결국 회장·부회장 직제가 부활했다. 그런데 현재까지 유한양행 회장직은 공석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유한양행은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2023년 재무제표‧연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감사위원 선임의 건’,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일부 변경의 건’ 등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당시 김열홍 연구개발(R&D)총괄 사장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으며, 이정희 이사회 의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되는 등의 인사가 결정됐다. 더하여 이날 회장‧부회장 직위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김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의 건도 통과되면서 논란이 됐다.
해당 안건 통과로 유한양행에서 회장‧부회장 직제는 지난 1996년 이후 28년 만에 신설됐다. 그간 유한양행에서 회장직에 오른 인사는 창업주 유일한 박사와 그의 측근인 연만희 전 회장뿐이다. 기업의 사유화 대신 유일한 박사의 사회 환원 책임이라는 기업 이념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회장·부회장 직제를 부활시키면서 일부 직원들은 반발에 나섰다.
지난 3월 유한양행 일부 직원들은 특정인을 위해 회장직을 신설한다고 반발하며 트럭 시위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유한양행 임직원 2,000여 명 가운데 임직원 300여 명이 모금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유한양행에서 40여 년간 근무했다는 한 주주는 “유한양행은 오너가 없는 ‘국민의 기업’이라는 자부심이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회장·부회장 직제를 신설하는 것은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누가 되느냐가 문제다.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는 “유한양행과 관계사 임원 가운데 회장‧부회장 직제 신설이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강조한 기업정신과 맞는지 그들에게 질문하고 싶다”라며 반대의 뜻을 전했다. 직원들과 주주들의 반대에도 유한양행은 회장·부회장 직제의 신설을 단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회장직은 7개월째 공석으로 전해진다. 주주총회를 통해 회장·부회장 직제 신설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 누구도 임명하지 않은 채 비어 있다. 이에 대해 유한양행 측은 “당장 회장을 선임할 계획이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신약 ‘렉라자’가 지난 1월부터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 적용 대상이 됐다”라고 설명하며 “2월에는 렉라자가 미 식품의약청(FDA) 우선 심사 대상으로도 적용됐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는 유한양행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대할 만큼의 호재임에 틀림이 없다”라고 주장하며 “그러니 속된 말로 어깨에 힘을 줄 때라는 인식이 ‘회장·부회장직 신설’로 나타난 것 같다”라고 추측했다.
실제 24일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유한양행은 매출액 5,484억 원, 영업이익 34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2023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3.5%, 3488.4% 증가한 수준이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한양행은 매출 상승세를 보이며 올해 ‘2조 클럽’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유한양행의 3분기 실적은 렉라자의 주요 성과가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달(9월) 유한양행은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에 기술 수출한 표적항암제 ‘리브리반트’와 병용 요법을 승인받아, 상업화 기술료(마일스톤) 6,000만 달러(한화 약 810억 원)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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