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핼러윈’…이태원은 이렇게 바뀌었죠
2022년 핼러윈 이태원거리
대규모 압사 사고 후속 조치
경찰·지자체·상인·시민 안전 유의
지난 2022년 핼러윈을 앞둔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하며,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던 159명의 젊은 청춘들이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핼러윈 시즌마다 이태원은 축제 분위기를 느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이 기간 이태원 거리는 인플루언서부터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해 오랫동안 쉬었던 축제가 재개되자 이태원에는 축제에 대한 기대감에 부푼 사람들이 몰리며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사고 당일 이태원에는 약 13만 명의 인파가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당시 사고 현장에 있던 인도 출신 아흐메드는 영국 BBC를 통해 “오후 5시부터 거리에 사람들이 많았다. (5시밖에 안 됐는데) 7시나 8시가 되면 어떨지 걱정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SNS에는 길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 안전하지 않다는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오후 6시 30쯤에는 경찰에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2시간 뒤 상황은 급격히 안 좋아졌다. 이는 경찰에도 연이어 신고가 들어왔지만 112 상황실은 11명이 근무 중이던 이태원 파출소에 출동 명령만 내릴 뿐 추가 경력은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방서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소방서는 질서유지가 필요하다는 신고자들의 말에 “소방 업무가 아닌 경찰 업무”라고 경찰에 통보하고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밤 10시 15분쯤 해밀톤호텔 서쪽에 있는 내리막 골목길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해밀톤호텔 저지대 중간 구역(18.24㎡·5.5평)에 행인들이 경로가 꼬이면서 골목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상황을 모르는 해밀톤호텔 북서 측의 사람들은 골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서쪽 내리막으로 계속 내려가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참사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연쇄 깔림’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다만, ‘연쇄 깔림’이 일어났음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 뒤쪽에 있던 행인들은 앞쪽 상황을 모른 채 계속 전진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밀턴 호텔 저지대 중간 구역에는 5.5평의 좁은 공간에 300여 명의 사상자가 의식을 잃고 끼어있는 채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SNS에 퍼진 영상들에는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뒤엉켜있어 사람을 빼내는 것도 어려워하는 모습이 올라와 충격을 줬다. 이는 일부 사람들은 청색증 및 구토 증상을 보였고 이미 사망한 사람부터 복부 팽창이 진행된 사람들까지 영상 속에 고스란히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에 사상자 300여 명이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라는 점에서 충격을 안기기도 했지만, 실시간으로 참사 현장을 지켜봤다는 점에서 국민은 큰 트라우마를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뒤 사건 현장에 있지 않았던 국민들도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2년이 지난 지금 이태원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참사가 발생했던 이태원동 해밀턴 호텔 옆 좁은 골목은 ‘기억과 안전의 길’로 탈바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추모 공간이 유가족뿐만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사회적 참사를 딛고 일어나는데 기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덧붙여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해서도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핼러윈데이를 앞둔 지난 26일 밤 이태원 거리의 분위기는 인파가 몰리기는 했으나 2년 전과 달리 안전에 주의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특히 독특한 의상을 갖춰 입은 시민들 사이로 악기를 연주하는 공연 행렬이 길게 이어지자, 공룡 분장을 하고 선두에 선 스태프들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진을 지휘하기도 했다. 여기에 통제하기 어려웠던 2년 전과 달리 곳곳에 펜스를 설치해 이동 공간을 분리하는 등 조치가 취해졌다.
이는 사고 방지를 위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고, 상인과 시민들도 안전에 유의하는 등, 조심스러운 분위기에서 축제를 누리는 문화가 정착된 것에 따른 결과다. 다만, 당시 문제로 꼽히던 불법 증축물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29일 오전 논평을 통해 “2년 전 오늘, 159명의 소중한 생명의 빛이 스러졌다”며 “이태원 참사는 사회적 재난이었다. 불법 증축물과 안이한 안전대책, 미흡한 초동대처, 느슨해진 안전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태원 사고 이후 골목을 비좁게 만들던 대부분의 불법 증축물과 입간판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고 지점에서 가장 가까웠던 해밀턴 호텔의 불법 증축물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5일 데일리안의 취재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발생 후 2년이 지났지만 사고 원인 중 하나였던 해밀턴호텔 옆 철제 가벽은 아직도 철거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취재 결과 해밀톤호텔 옆 철제 가벽은 기존에 불그스름한 색에서 파란색으로 색상만 바뀌었을 뿐 아직 철거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대표적인 불법 증축물로 꼽혔던 해밀턴 호텔 뒷골목의 테라스와 행사 부스는 철거됐다.
앞서 해밀턴 호텔은 지난 2019년 용산구청의 단속으로 시정명령을 받아 불법 증축물을 철거했다가 10일 뒤 재건축하는 등 무단으로 건축물을 중축한 바 있다. 이어 이태원 사고를 더 심각하게 만든 원인으로 해당 건축물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으나 해밀턴 호텔 측은 이를 철거하지 않았다. 특히 해밀턴 호텔 대표 이 모 씨는 위반 건축물을 철거하라는 시정명령을 두 차례 받고 이행강제금까지 부과받았지만 시정하지 않았다.
9년간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면서 불법 중·개축을 계속해 온 해밀턴 호텔은 대표 이 모 씨가 벌금 800만 원을 내는 것으로 처벌이 마무리됐다. 이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과 함께 최근에도 불법 증축물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등 불법 증축물 처벌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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