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선수→출판사 사장 출신이 원양어선 회사 차리면 벌어지는 일
사조그룹 주인용 창업주
장남 주진우 회장 가업 이어
식품 & 식자재 사업영역 다각화
지난 2일 시조 시인 이일향이 별세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가 사조그룹과 푸른 그룹의 명예회장을 역임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일향은 1930년 대구에서 태어나 1949년 사조산업 창업주인 故 주인용 선대 회장과 결혼한 인물이다. 특히 주인용,이일향 부부는 슬하에 2남 3녀를 두었으며, 주인용 창업주의 별세 이후 장남인 주진우 회장이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일향 시인과 부부였던 주인용 창업주는 젊은 시절 탁구 선수를 했을 당시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됐을 정도로 운동신경이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강점기 시기 탁구 국가대표 선수였던 선친은 광복과 더불어 모든 서적과 인쇄물이 일본어에서 한글로 바뀔 것이란 데 착안해 출판사를 차리게 된다. 이 시기 동업자가 당시 대구에서 양말공장을 하던 고(故) 김준성 이수그룹 명예회장으로 알려지며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준성 회장은 당시 회사명을 지어 사조그룹의 사명에 흔적을 남겼다. 재계에 따르면 김준성 회장은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신사조’란 말에서 따와 출판사 이름을 ‘사조사(思潮社)’로 붙였고, ‘사조’란 이름은 현재 사조그룹의 사명이 됐다.
출판업을 영위하던 사조사는 故 김성수 오양수산(현 사조오양) 회장의 권유로 1971년 사조산업을 설립해 수산업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지난 1973년 사조사는 참치 연승사업을 개시한 바 있다. 다만, 1977년 사조사가 검인정 교과서 파동과 이에 따른 세금 추징 위기를 겪으며 사조산업 역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겪은 일 때문인지 이듬해 주인용 회장이 뇌출혈로 별세하자, 당시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유학 중이던 장남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귀국해 가업을 이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서울대 정치학과 차석 입학한 주진우 회장은 대학 졸업 후 잠시 외환은행 행장 비서를 하다 유학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아버지인 주인용 회장이 급격하게 별세하면서 주진우 회장은 원양어선 한 척과 파산한 출판사 ‘사조사’와 직원 6명, 그리고 5억 원에 달하는 빚을 물려받게 된다. 재계에 따르면 주인용 회장은 작고 전 “출판사는 포기하더라도 원양어업은 어떻게든 유지하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부친의 유언을 받들어 사조산업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주진우 회장은 선원들의 급여 현실화와 선단 구성의 효율성을 높여 5년 만에 부채를 다 갚고 1992년에는 금탑산업훈장을 받을 수 있었다. 가업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부친이 쌓은 신용 덕에 경매로 넘어간 서울 충정로 5가의 사조빌딩(옛 동아 출판사 사옥)을 되찾기도 했다. 사조그룹은 1982년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는 당시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첫 냉동창고를 설치한 뒤 1985년에 한국증권거래소 우량법인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같은 해 북양 트롤 사업, 1987년 참치 선망 사업 등을 시작했으며 1988년에는 식품 사업본부를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 사업본부의 신설 이후 참치통조림 ‘로하이 참치’를 런칭해 동원산업에 도전장을 던진 사조그룹은 1989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한편, 참치 원양어업에서 출발한 사조그룹은 최근 미국계 식품 소재 기업인 인그리디언코리아를 인수한 데 이어 식자재 유통 기업인 푸디스트까지 품에 안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펼치고 있는 사조그룹의 올해 목표는 매출 6조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사조그룹은 식자재 유통·급식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인 푸디스트를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푸디스트는 지난해 매출 1조 292억 원을 냈으며, 최근 3년간 연평균 15%대 성장률을 보이는 기업으로 수익성이 높은 사업군으로 꼽힌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1월 사조그룹이 사들인 미국계 전분당업체 인그리디언코리아는 1906년 미국 뉴저지에서 설립된 후 120여 개 국가에 식품 소재 솔루션을 제공해 온 곳이다. 사조그룹은 지금까지 식용유전문회사 해표(현 사조해표)를 시작으로, 어묵 업체 대림수산(현 사조대림), 맛살과 젓갈류 업체 오양수산(현 사조오양), 남부햄(현 사조남부햄), 닭고기 업체(현 사조인티그레이션) 등을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출판사를 거쳐 참치 원양어업에서 시작된 사조그룹은 기존 사업에서 식자재 유통, 급식, 소재 등 식품 관련 전 사업을 영위하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과거 임직원들에게 약 2,000억 원 규모의 명절 선물 세트 강매를 해 온 점이나 현재 후계 작업이 본격화됐지만 경영악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헤쳐나가야 할 관문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재계에서는 승계 과정서 보이는 경영 능력 증명 과제를 사조의 오너가가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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