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연애 후 결혼한 세기의 로맨스…재벌가 결혼 이렇게 달라졌죠
재벌가 정략결혼→연애결혼
한화그룹 김동관·김동선
SK 최민정·롯데 신유열
지난 13일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둘째 딸 최민정 씨의 결혼이 재계의 화제가 되는 가운데 최근 재벌가의 결혼 풍속이 과거와 달라진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린다. 당초 재벌가 혼맥 공식은 국내 대기업 오너의 자녀들끼리 결혼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다만, 최근 이 ‘혼맥’ 공식을 깨고 부부의 연을 맺은 재벌가 자녀들이 늘어나며 재벌가의 혼맥 공식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최민정 씨의 결혼은 부모님(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 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선고를 불과 1주일 여 앞두고 이루어져 관심이 집중됐다. 이어 결혼 상대가 또 다른 재벌가나 권력가의 자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최민정 씨의 남편은 중국계 미국 사업가로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소프트웨어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잇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재벌의 기준에서 본다면 일반인에 해당하는 것이다.
과거 국내 재벌가의 경우 혼인을 통해 또 다른 재벌가 내지는 권력자 집안과 얽혀있었다. 이에 재벌끼리의 혼인 관계를 그림으로 표시하면 마치 거미줄처럼 연결된 모습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다만, 과거 기업인에 대한 정관계 입김이 상당했던 때와 달리 그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정략결혼의 필요성이 낮아져 혼맥 공식도 달라졌다.
이번 최민정 씨의 결혼에 앞서 언니 최윤정 씨는 지난 2017년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벤처 사업가와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두 딸이 모두 일반인과 결혼한 것이다. 또한, 롯데 그룹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는 노무라 증권에서 근무할 때 만난 회사 동기와 지난 2015년 결혼했으며, 빙그레 그룹 김호연 회장의 장남 김동환 사장 역시 회사에서 만난 동료와 인연을 키워 지난 2017년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 2019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입사 동기와 장기간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려 주목받기도 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했을 당시 연을 맺은 일반인 여성과 결혼했다. 재계에 따르면 김동관 부회장은 건실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가진 것과 더불어 복무 당시 일반 장병들과 스스럼없이 지낸 탓에 재벌가 자제라는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는 후문이 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큰 키와 준수한 외모 덕분에 여러 재벌가에서 ‘1등 사윗감’으로 꼽혀왔던 김동관 부회장이 2019년 10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일반인 여성과 비밀리에 결혼하며 많은 재계 인사가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당시 김동관 부회장의 결혼은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 ‘세기의 로맨스’로 불렸다. 이는 김동관 부회장이 김승연 회장과 서 여사의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오랜 기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어 한화그룹의 셋째 아들 김동선 한화 미래 비전 총괄 역시 평범한 가정 출신의 방송사 기자와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아직도 재벌가와의 혼인을 고집하는 재벌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대상그룹의 임세령 부회장은 미원과 미풍 두 집안의 만남으로 화제를 끌었다. 다만, 아들과 딸을 낳고 잘 사는 듯 보였으나 11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이어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와 보광창업투자 홍석준 회장의 장남 홍정환 씨도 결혼했으나 결혼 8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즉, 집안끼리 성사된 결혼이 결국 파경으로 치달은 사례가 적지 않아 과거의 혼맥 구조에서 현재의 혼맥 공식이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벌들의 혼맥 공식이 변화한 것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재벌가마다 혼인 풍토는 다르다”면서도 “70~80년대생 오너경영인들이 부각되면서부터는 부모 세대와 다른 자유로운 결혼 분위기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초 대기업 오너가에서는 결혼 자체가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기회 등으로 여겨지면서 ‘혼맥’이 중시되는 분위기였으나 최근에는 3·4세가 대부분 유학파이다 보니 자유로운 연애를 통한 결혼, 특히 국제결혼도 활발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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