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법이…” 5시간 대치 끝에 체포된 윤석열이 한 말
윤석열 대통령 체포 집행
‘국민께 드리는 말씀’ 영상 공개
“이 나라의 법이 완전히 무너졌다”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한 지 약 5시간 50분 만에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의 체포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이날 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이뤄진 공조수사본부는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행렬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빠져나와 공수처로 이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앞서 이날 오전 5시 10분쯤 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에게 체포·수색영장을 제시한 공수처와 경찰은 본격적인 영장 집행에 착수한 결과다.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강하게 반발했던 대통령 경호처는 2차 영장 집행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았다.
이에 우려했던 충돌이나 극렬한 저항 등 돌발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공수처가 오전 5시 10분쯤 대통령경호처에 영장을 제시하고 집행 협조를 구했으나, 호위무사를 자처한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국민의힘 의원 수십 명에게 가로막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들은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다”라는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주변 시위대가 몰려들어 짧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교착 상태가 이어지다가 ‘공성 병기’가 투입되면서 지지부진했던 체포 영장 집행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오전 7시 철조망을 절단한 경찰이 차 벽을 넘기 위해 사다리와 절단기를 보급했으며, 공성전에 투입되지는 않았으나 현장에 크레인 등 중장비도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분 뒤 관저 출입문을 넘는 데 성공한 경찰과 공수처는 관저 내부를 빠르게 장악해 7시 33분 1차 저지선을 돌파했다.
이후 7시 48분 2차 저지선을 우회해 7시 57분 철문과 차 벽이 처진 3차 저지선 앞에 도착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측의 변호인단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관저 내부로 들어가 영장 집행과 관련한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 오전 공수처가 강경한 체포 영장 집행 의지를 밝힘에 따라 2시간의 대치 끝에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성공했다. 체포영장 집행 이후 경호처 차에 탑승한 윤석열 대통령은 경기 과천시의 공수처로 이송됐다.
체포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통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녹화 영상 형식으로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영상은 체포 전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개된 영상 속 윤석열 대통령은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관저 앞 탄핵 반대 시위대에 “저를 응원하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것에 대해서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는 인사를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그는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라고 밝히며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서 국민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서 그동안,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봤다”라며 “저는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소식과 함께 영상이 공개되자 한남동 관저 앞에 모여있던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오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지지자들은 차단선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고 주저앉는 등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소식에 개탄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한 지지자는 “우리도 대통령 따라가게 길 좀 열어주세요”라고 소리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에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보수 집회 일대의 반대쪽에 있던 진보 단체 집회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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