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벙글 연두색 펜스가 많은 이유
지나가다가 이 색깔의 펜스를 본 적이 많을 것이다
도대체 저딴 싼티나는 색깔은 왜 쓰는 걸까
여기에는 나름 인체공학적인 근거가 있음
저런 펜스 많은 곳들은 주로 녹지나 촌동네인데
어두운 밤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다 부딪히면 여러모로 골치아플 테니까
펜스는 밤에도 눈에 잘 보이는 게 좋음
우리 눈 구조는 위 그림과 같음
눈에 빛이 들어오면 맨 뒤에 있는 망막에 닿게 됨
망막에는 시각세포들이 촘촘히 박혀있는데
이 시각세포들은 신경을 통해 뇌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빛 신호를 받아들여 뇌로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함
시각세포에는 간상세포(Rod cell)와 원추세포(Cone cell) 두 종류가 있음
간상세포는 빛의 세기를 감지하고, 원추세포는 빛의 색깔을 감지함
간상세포는 빛에 대한 민감성이 매우 뛰어난 대신 빛의 색은 전혀 구분하지 못함
간상세포만 있다면 온 세상은 흑백으로 보일 것임
반대로 원추세포는 빛의 색을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대신 빛에 대한 민감도가 많이 떨어짐
그래서 우리는 어두운 장소에서 간상세포에 의존하게 되고, 색깔 구분을 잘 못하게 됨
원추세포는 정확히 말하면 세 종류임
빛의 삼원색(RGB) 별로 담당하는 세포가 따로 있음
빨간 빛이 오면 빨강 담당 원추세포가 반응하고 파란 빛이 오면 파랑 담당 원추세포가 반응함
뇌에서는 세 종류의 원추세포 반응 정도를 조합해서 빛의 색을 결정함
각 원추세포별 민감도를 빛의 파장에 따라 그래프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음
아까 어두운 곳에서 잘 보이는 펜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음
어두운 곳에서 우리 눈은 빛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간상세포에 전적으로 의존함
그렇다면 간상세포는 모든 파장대의 빛에 잘 반응할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님
간상세포 역시 잘 흡수하는 파장대의 빛이 정해져 있는데, 그래프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음
점선으로 표시된 그래프가 간상세포 민감도 그래프임
간상세포는 파장 498nm대의 빛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함
그럼 498nm 파장의 빛은 무슨 색일까?
민트색이다
근데 울타리를 저 색으로 만드는 건 너무 튀니까 녹색 자연에 그나마 어울리는
연두색으로 칠하자 <--- 이렇게 된 거임
실제로 위 그래프 보면 510nm에서도 간상세포 민감도가 꽤 높게 나옴
저 색으로 칠하면 밤에 존나 잘 보이는 건 사실임
그래프 보면 알겠지만 간상세포는 초록색 계통의 빛을 잘 흡수하는 편임
그래서 밤에도 산에 있는 나무들은 비교적 선명하게 보임
어쩌면 밤중에 숲속을 누벼야 했던 우리 선조들로부터 진화한 형질이 아닐까 싶기도 함
출처: 싱글벙글 지구촌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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