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야, Author at 디패스트 - Page 27 of 84
이슈야 (2009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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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에서 육회는 '멸종 위기'였을까?
육회. 호불호는 조금 갈려도 맛있는 음식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국에서 대부분의 육회는 소고기를 사용하여 만들어진다. (*이 글에서도 별다른 말이 없으면 육회=소고기로 만든 위 짤같은 음식이다) 아니 진짜 완전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일본에서는 말고기 육회는 전통적으로 존재했지만, 소고기 육회는 낯선 음식이었다. 그러나 한국인들과 재일교포들이 소고기 육회를 먹는 것이 알음알음 퍼지며, 맛있는 소고기 육회가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헤헤 맛있다 맛있다. 그건 좋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인기에 비해 유통업계 및 식당, 관련 당국이 제대로 위험성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고기를 생식하는 건 구워먹는 것에 비해 위험성이 크기에 한국에서는 생식용 고기의 도축, 보관, 작업, 유통, 판매 등을 식약처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어요! 뭐 물론 그래도 가끔 사고가 터지긴 하지만, 일단 기준은 철저히 잡아놓은 상태입니다. 우리도 말고기랑 소고기 생식 안전을 위해서 1998년에 법을 만들었는데 유통업계에서는 그냥 구이용 소고기를 팔고 식당들이 알아서 그걸로 육회 만들던데? 생식용 소고기를 따로 유통하는 체계가 없어. ㅅㅂ 뭐라고? 생식용 소고기 유통을 위한 기준이 따로 만들어지든 말든 우린 계속 그냥 구이용 고기 유통할 테니 요리하는 사람이 알아서 신선하다 싶으면 육회 만들어라는 미친 짓을 정부가 강력하게 제약하지 않은 결과, 결국 일본 국민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새 육회를 먹으며 병에 걸릴까 안걸릴까 랜덤가챠를 돌리게 된다. 결국 2011년 4월, 프렌차이즈 음식점인 '야키니쿠 에비스'에서 집단 식중독 사태가 터져 5명이 죽고 24명이 중태에 빠지는 일이 벌어진다. 이 집단 식중독 사태는 유통자와 식당 모두 육회에 대한 위생에 신경을 안 써 일어난 일이다. 우선 소고기를 식당에 판 곳의 위생상태는... 1. 냉동고가 작다고 고기를 서로 녹인 후 뭉쳐서 보관 2. 생간을 다른 고기와 같은 도마, 같은 칼로 처리 (*생간은 기생충 감염 등의 위험이 상당히 높음) 3. 제대로 처리 안 한 고기를 아깝다고 그냥 판매 4. 폐사한 소의 고기를 생식용이라고 판매 그럼 에비스는? 1. 그렇게 온 고기를 위생검사도 안 하고 그냥 씀 2. 오염이 의심되는 부위를 제거하지 않고 그냥 씀 3. 일부 점포는 팔고 남은 고기를 다음날에 또 육회로 만듦 이라는 기적의 팀워크를 보여줬다. 이 정도면 이 새끼들은 육회가 안 상하는 완전물질이라고 진지하게 믿고 있었던 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와 ㅈ됐네 일본 정부는 대규모 식중독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생식이 가능한 수준의 위생상태로 유통되는 소고기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020년, 유족이 사장을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 '국가 기준을 지켰어도 식중독을 막을 수 없었다'고 법원이 최종적으로 인정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과연 일본 정부의 새 규제는 무엇이었을까? 2011년 10월, 후생노동청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 뭐임 하지만 이렇게 규제를 통해 육회가 일본에서 귀해졌다고 해서 사람들의 식성마저 사라지진 않으므로, 그렇게 이웃나라 한국의 고깃집들만 여행 온 김에 진짜 '소고기' 육회를 먹고 싶은 일본 관광객들로 간접적인 이익을 보았다. 일본인들의 머리에 육회가 깊고 그립게 남았는지, 참치(위 사진), 햄, 새우, 연어, 두부 등으로 만든 육회'풍' 음식도 요즘은 유케(육회)라고 부른다. 물론 이쯤 되면 '육'회는 아니지만 뭐 만두도 고기 빼고 만쥬로 만든 친구들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자. 그래서 일본에서 '유케'라는 단어만 보고 흐흐흐흐 맛있겠다 하면서 들어가면 일정 확률로 이런 함정카드가 나올 수 있으니 앞에 뭐가 붙는지 잘 확인한 후에 들어가도록 하자. (*물론 말고기 육회는 아직도 문제 없이 잘 팔린다) 가열처리 해줬잖아 관련 자격증 취득했잖아 위생조건 만족했잖아 ㅅㅂ 다! 그냥 다 해줬잖아 그렇게 소고기 육회는 위생기준의 '정상화'를 통해 (합법적으로는) 고급 식당에서나 나오는 비싸고 귀한 음식으로 일본에서 팔리고 있다. 문제는, 너무 귀한 나머지 일본 사람들도 종종 진짜로 정부가 법으로 육회를 금지한 줄 알 정도라는 거지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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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평론가가 밝히는 한국 영화감독들 성격 및 일화들
1. 봉준호 대표작: 기생충, 살인의 추억, 괴물 과거에 선댄스 영화제 취재하다 마주쳤는데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가 흥행 실패해서 그런지 약간 의기소침해보였음 당시 선댄스 영화제 열리는 시골 마을에서 한식당이 있을 리 없었고, 미리 고추장이니 햇반이니 챙겨간 이동진이 한국영화인들한테 같이 식사하자고 초대함 맛있게 먹고 한참 얘기하다 보니까 봉준호 감독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설거지를 하고 있더라(심지어 너무 깨끗하게 잘했다고) 보통 잘나가면 그 사람의 실제 성격과 관계없이 질투나 음해에 시달리는데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치고 봉준호 감독 싫어하는 사람 본 적이 없음. 인터뷰 제의 등 온갖 요청이 들어오고 그만큼 거절도 많이 할텐데 상대방이 상처받지않게 배려하면서 거절함 (오히려 거절당한 사람이 봉준호 감독의 거절을 감탄하면서 보여주더라 중년 남자 특유의 아저씨 느낌이 없고 아직도 소년같다 2. 박찬욱 대표작: 헤어질 결심, 올드보이, 박쥐 말이 느려서 그렇지 이동진 본인이 만난 사람 중 가장 말을 잘하는 사람. 그래서 대화할 때 가장 즐겁다 영화인들과 만나다보면 너무 영화 쪽으로 관심사가 매몰된 사람도 있는데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대화 주제가 끊이지 않음 심지어 영화계 뒷소문에도 밝다고 경력 초기 잘 못나가던 시절에도 멋있었고, 심지어 성품 자체가 고귀하게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족적인 느낌이 든다 3. 홍상수 대표작: 탑, 북촌방향,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젊었을 때는 말 한 번 잘못하면 큰일 날 것 같은 날카로움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푸근해졌다(그래도 카리스마는 여전 '강원도의 힘'으로 초대받은 칸 영화제에서 처음 만났고, 당시 식사하는 자리에서 양궁 중계 얘기가 나왔는데 홍상수 감독이 자기라면 중계 그렇게 안 내보내고 이렇게 한다며 썰을 푸는데 그게 너무 그럴 듯해서 놀랐다. 4. 이창동 대표작: 버닝, 밀양, 초록물고기 실제로 교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선생님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됨. 만날 때마다 배운다는 느낌 가족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삼촌같다. 남에게 강압적으로 시키기보다는 본인 스스로 자학하며 작업하는 스타일 인터뷰차 방문하다 골목에서 길을 잃어 전화했더니 네비게이션도 없던 시절에 네비 수준으로 길 안내 받은 기억 있다 5. 나홍진 대표작: 곡성, 추격자, 황해 사실 gv 두 번하면서 만난 게 다라서 많은 얘기를 나눠보진 못함 봉준호, 박찬욱처럼 달변가라는 느낌은 없었지만 솔직하고 힘있게 말하는 스타일 딱 봐도 저 사람이 대장이구나 싶게 한다 영화만 봐도 느껴지는데 예술적 야심이 거대한 사람. 그리고 그걸 이루기 위해 타협하지 않고 결국 쟁취하는 사람 6. 김태용 대표작: 만추, 가족의 탄생 한 마디로 사랑스러운 사람 탕웨이와의 결혼소식에 많은 사람이 놀랐지만 김태용 감독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납득했을거다 이 사람도 화를 내나? 화내는게 상상이 안 간다. 만추 촬영 당시 해외 스태프왈 "김태용을 위해서라면 내 모든 것을 해줄 수 있다" 7. 이명세 대표작: 인정사정 볼것 없다 소탈한 사람이다. 행사 마치고 같이 술 한잔하러 감독 단골집으로 이동했는데 영업이 끝난 상태 그런데 이명세 감독이 전화하니까 술집 주인이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와서 가게 문 열어줌 그러면서 보는데 이 술집 주인이 이명세 감독을 너무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게 보이더라 어느날 갑자기 "무슨 전시회 갔더니 참 좋더라"같은 식으로 자기가 좋았던 거 나누는 걸 즐기는 사람 8. 류승완 대표작: 베테랑, 모가디슈, 밀수 어느 자리에서 만나도 좌중을 이끄는 화제의 중심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로 카페에서 인터뷰했는데 마침 위층이 당구장이라(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1부가 당구장 배경 거기서 사진 촬영 했는데 촬영 기자가 의욕이 넘쳐서 굉장히 무리한 포즈를 요구함 그런데도 싫은 티 하나 없이 당구대 위에서 눕고 구르고 다함 여담으로 저 인터뷰 당시에 캡모자 거꾸로 쓰고 나왔다 9. 김지운 대표작: 달콤한 인생, 놈놈놈, 밀정 매력적인 솔로란 이런 사람이구나 느끼게 한다 굉장히 낯 가리는데 그런 점이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의 영화(악마를 보았다로 추정)를 혹평한 뒤에 인터뷰 요청을 한 적이 있는데 흔쾌히 응해서 놀랐고 심지어 인터뷰하면서 공격적인 질문도 했는데 굉장히 열린 자세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존경할만한 사람이라고 느낌 10. 최동훈 대표작: 타짜, 전우치, 도둑들 스스로는 노력가라고 말하지만 기본적으로 스마트한 사람 영화랑 관련 없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거기서도 대화를 주도할 정도로 대화 주제가 넓고 말재간이 있다. 봉준호 감독처럼 뭘 해도 성공했을 사람 11.이준익 대표작: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 동주 퇴사 후 힘들었던 시기에 우연히 마주쳐 상담했더니 사무실 알아봐주고 세무사까지 소개 시켜줬다. 그리고 사무실 주기적으로 찾아와서 불편한 점 없는지 신경써줬다. 그 정도로 따뜻한 사람 다혈질이기도 한게 본인이 얘기하면서 본인 얘기에 흥분한다 사실 영화 제작 및 수입업자로 일하다 감독이 된 케이스인데 그래서인지 감독들 특유의 예술적인 고집이 없음 (실제로 이준익 감독은 크게 문제 없다 싶으면 1-2 테이크에 시원하게 ok 외치는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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